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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스터디] 구독 해지 과정을 통해 살펴본 어도비 구독 모델

어도비 Creative Cloud All Apps 구독을 해지하면서 겪은 일과 어도비의 구독 모델 관련 케이스 스터디를 짧게나마 정리해본다.

■ 어도비의 유혹 – 할인 플랜 제안

구독 해지 과정은 플랜 관리 메뉴에서 플랜 취소 선택하면 되고, 다음의 4단계로 이뤄진다.
1단계: 취소 사유 입력
2단계: 취소 시 받지 못하는 혜택 안내 / 위약금 안내
3단계: 혜택 제안
4단계: 취소 또는 유지

심플한 단계지만, 어도비는 고객의 이탈을 막기 위해 상당히 공을 들인다. 나는 방통대 계정으로 학생 플랜을 쓰기 때문에 이미 저렴한 플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정을 해지하려고 하니 어도비 웹사이트에서 더 할인된 가격을 제안해줬다.

플랜 취소 과정으로 들어선 뒤 3번째 단계에서 위의 이미지처럼 “웅… 진짜 갈꺼야? 할인 이 만큼 해줘도?” 라고 딱 묻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Accept offer” 버튼을 누르면 할인된 월정액 가격(또는 무료로 몇 달간)으로 진행된다. 나 역시도 이 유혹에 한 번 넘어갔다.

■ 떠나는 고객의 발목을 ‘잘’ 잡는 법 – 계정 해지 플로우

다짜고짜 그럼 이걸 해봐! 라고 제안하기 보다는, 어도비가 취하는 방식은 사람의 마음을 잘 건드리는 것 같다.


1) 왜 우리 서비스가 마음에 안들어? – 피드백 수집

플랜을 취소하는 데에 대한 이유를 객관식으로 수집하여 데이터를 모은다. 상단에 ‘취소’를 하기 위해 몇 단계를 밟아야 하는데 알려주고 있으며, 화면 우측에 현재 사용하는 플랜과 가격이 명확히 명시되어 있다. 객관식 문항으로 선택할 수도 있고, 주관식 답변도 가능하다. 하단은 고정바로 현재 단계를 취소(close)할지, 계속(continue)할지 보여주며, 파란색깔 버튼으로 다음 단계를 명확히 안내한다.

수집하는 취소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격, 제품, 사용 행태 등으로 분류할 수 있겠다.

– 너무 비싸요.
– 더이상 프로젝트에서 사용하지 않아요.
– 기대만큼 서비스가 좋지 않았어요.
– 제품이 너무 복잡했어요.
– 자주 사용하지 않아요.
– 가격 플랜을 바꾸고 싶어요.
– 어도비의 다른 멤버십이 있어요.
– 기타(주관식 코멘트 작성 가능)

2) 지금 플랜을 취소한다는 건 이런걸 의미해 – 세부 정보 안내

(위약금이 있다는 건 좀 짜증나는 일이지만) 위약금이 있을 경우 저렇게 안내를 해준다. 그리고 어떤 서비스들을 사용하지 못하는지 상세히 안내한다. ‘당신이 즐겨 사용하는 앱 대부분을 더이상 이용할 수 없다’는 멘트와 구체적으로 몇 개의 파일을 더이상 편집할 수 없는지 알려준다.

나같은 경우는 지난 번 유혹에 발목 잡힌 이후로, 플랜이 월별 청구에서 ‘1년 계약’으로 묶이면서 초기 취소 수수료 9만 원이 됐다. 이 위약금이 좀 당혹스러웠다. 그때 유혹할 때는 그런 소리 없었던 것 같은데… 흑흑. 뒷통수 맞은 기분에 부글부글 다음 스텝을 넘어갔다.

3) HOXY..? 우리가 이렇게 해주면 다시 한 번 고려해줄래? – 혜택 제안

이 단계는 글을 시작하면서 보여준 유혹의 그 페이지이다. 또 다시 할인을 제안하거나 다른 플랜에 대한 소개 또는 1:1 채팅을 할 수 있게 해준다. 고객 입장에서 궁금한 점이 없게 매 페이지에서 해결해주려는 어도비의 플로우가 부드러워서 감탄했지만, 난 이미 갑작스럽게 안내받은 위약금때문에 짜증이 나있다구!! 바로 고객 상담 챗을 켰다.

혜택 제안을 수락하면 별도의 스텝 없이 제안받은 혜택으로 기간이 연장된다. 만약 위약금을 내고 취소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취소를 누르겠지…? 하지만 어도비에는 위약금 면제 쿠폰을 날려줄 고객 상담이 있으니 괜히 아까운 돈 내지말고 고객 상담 챗을 키도록 하자.

■ 끊임없는 구독 유혹, 그럼에도 깔끔한 고객 경험 – 상담 채팅

상담챗은 웹사이트와 비슷한 플로우로 진행된다. 먼저 왜 구독을 해지하고 싶은지 이유를 듣고, 그에 맞는 최선(?)의 제안을 해준다. 내가 위약금에 대해 얘기하자 위약금은 언제든지 면제해줄 수 있으니 3개월을 더 무료로 이용해보는 것은 어떠냐고 새로운 제안을 해줬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어도비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임한만큼, 취소를 원한다고 하자 별말 없이 바로 위약금 없이 취소를 진행해줬다. 이 모든 과정은 10분 정도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 취소 완료 메일 / 고객 만족도 조사

취소 후 메일이 즉각적으로 날라온다. 메일은 간략히 사례 번호와 함께 요청한대로 구독이 취소되었다는 내용이다. 이 단계에서 어떤 플랜이 취소되었는지 안내가 한 번 더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진짜로 위약금이 부과되지 않았는지 궁금증이 다소 해갈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계정에서 더이상 아무 내용도 없고, 따로 청구된 것도 없는 바 잘 해지되었겠지….)

메일에서 온 고객 만족도 조사도 클릭해보았다. 설문에 걸리는 시간은 2분 미만이라고 상단에 안내한다. 총 질문 역시 10개로, 부담되지 않는 선이다. 물어보는 항목은 고객 지원 경험, 담당자 평가, 문제 해결을 위해 개인적으로 노력을 기울인 정도, 문제 해결을 위해 어도비에 연락한 횟수, 자가 진단 기술을 사용했다면 어떤 걸 했는지, 어도비 구독 서비스 만족도, 평가판/유료판 사용 여부, 어도비 구독 이유, 취소 이유, 구독 재개 가능성 확인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한 사람이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정성적으로 확인하고, 어도비에는 몇 번이나 연락을 했는지(1번 또는 2번 이상) 정량적으로 확인하는 점이 좋았다. 또한 웹 검색, 커뮤니티 포럼 검색 등 자가 진단 기술을 썼는지, 썼다면 어떤 것을 썼는지 물어보는 것도 어도비 팀이 향후 콘텐츠 제작할 때 방향성을 얻을 것 같다.

■ 어도비 구독 모델

어도비는 SaaS로 전환 전에 Pay-as-you-go 모델을 썼다. 카피를 한 번 사서 평생 쓰는 것이다. pay-as-you-go 모델의 문제는 제품 업데이트 속도가 느리다는 점이다. 내부적으로 업데이트가 완료되어도 제품 사이클을 넘기지 않으면 업데이트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품 주기가 일정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다음 제품을 사기 위해 마냥 기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산지 얼마 안되서 금방 더 좋은 제품이 나온다면 기존 고객의 불만을 야기할 것이므로 제품 주기 관리가 필요하다. 당시 어도비의 제품 사이클은 18개월로 제품의 기능 향상 속도가 소비자의 요구사항을 따라가지 못했다.

물론 그 당시에 구독 모델은 아주 파격적인 무브였다. 하지만 어도비가 직면한 문제를 생각한다면, SaaS 기반의 구독 모델을 채택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기도 했다. 구독 모델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현금 창출에 강력하다는 점과 기업 측면에서도 소비자 측면에서도 예산을 예측 가능하게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무료 평가판->유료 구독으로 원활하게 전환할 수 있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니 고객은 늘고, 고객 생애 주기 역시 길어진다.

구독 모델에서 주의할 점은, 구독을 하기 쉬운만큼 해지 역시 쉽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객 경험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한다. 초기 서비스라면 구독자를 충분히 확보할 때까지 어려움도 있다. 구독 모델에서 신경써야할 지표는 MRR(월간 순환 매출), CAC(고객 확보 비용), LTV(고객 생애 가치) 등이다. 자세한 설명은 다음 링크(클릭)를 참고하자.

어도비는 지속적으로 무료/할인된 혜택을 제공하며 고객이 좀 더 어도비 소프트웨어를 체험하고 경험해보게 하게 한다. 구독을 해지하는 것이 고통스러워질 때까지- 제품을 계속 사용하고 익숙하게 만드는 전략이다. 한 번 찾아온 고객을 놓치지 않고 CAC를 낮추는 목적도 있는 것 같다.

이로써 간단히 어도비 구독 모델을 살펴보았다. 어도비 구독 해지 과정을 통해 살펴 본 인사이트는 다음과 같다.
1) 고객이 떠나는 순간까지 끊임없이 바짓가랭이를 잡으면서- 짜증나지 않게- 잡아라.
2) 고객을 ‘구독’ 상태로 두는 것이 단기적인 매출 향상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3) 어도비의 화면 설계나 안내 멘트, 구성을 벤치마킹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