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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를 만들자 (1) 개편에 앞서

그동안 홈페이지는 버려진 황무지였다. 언제 마지막 업데이트 됐는지 알 수 없는 오래된 컨텐츠와 곳곳에 보이는 오타. 웹과 모바일 페이지가 따로 있는 분리형 페이지였으나 모바일 페이지에 최적화는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성격이 다른 3개의 제품군, 즉 타겟 고객이 전혀 다른 제품군을 단일화된 템플릿에 얹어 소개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콘텐츠의 문제만 있었을까. 구조적으로도 홈페이지 관리 업체와 직접 일 하지 않고, 외주의 외주를 주는 상황이었다. 간단한 텍스트 수정이 4~5일이 걸리니 복장이 터질 노릇이었고, 유지 보수 계약을 맺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신규 페이지를 제작할 때마다 상당한 돈을 지불해야만 했다. 마케팅팀이 없었을 시절, 사장님의 친분으로 광고 에이전시가 대부분의 마케팅 업무를 대행해주었는데 마케팅팀이 갖춰지고 나서도 일을 못끊고 있었던 것…


화딱지가 나지만, 기존 업체와의 관계가 워낙 깊었고 홈페이지 구조와 히스토리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상태에서 쉽게 변화를 꾀하긴 어렵다. 기필코 업체를 바꾸겠다는 일념하에서 홈페이지를 관리하기 시작했다. 업체의 늑장 대응 덕분에(?) FTP 프로그램(파일질라) 사용과 DB에 대한 이해도를 쌓아 이번 개편에 큰 도움을 얻었으니, 역시 짬밥이 최고다.

■ 으르신들을 설득하자! – 개편 제안 과정


그렇게 초야(?)에서 3년을 갈고 닦았다. 그동안 큰 비용을 쓰지 않고 홈페이지 디자인도 뜯어 고치고, 콘텐츠도 충실히 쌓아두었다. 팀장님이야 옆에서 지켜보셨으니 문제점을 충분히 공감하고 계셨고, 본부장님한테도 틈틈히 어필해두어서 개편은 시간 문제…..라고 착각했다. 실무야 내가 책임지고 진행하면 되지만(해보지 않았던 영역이었기에 의욕도 뿜뿜), 비용이 상당히 되는 바- 임원의 설득은 필수였다.


B2B 제조업 기반이다 보니 모든 임원이 연구원 출신이었고, 제품이 최고면 말이 필요 없지! 라는 신념으로 성장한 회사였다. 당연히 마케팅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는 높지 않은 편이었기에 ‘홈페이지에 굳이 그렇게 돈을 많이 써야돼?’라는 의구심을 해소시켜주는 것이 첫 번째 임무였다(우리 사이트의 경우 예산은 1억 5천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취했던 스토리는 아래와 같다.

1. 홈페이지의 중요성 (프로젝트 당위성 부여)
2. 홈페이지 최신 트렌드 및 경쟁사 현황 분석
3. 현재 홈페이지 AS-IS/TO-BE 분석 (현황 및 해결책 제안)

■ B2B 회사도 홈페이지가 중요합니다!


Owned media에 대한 니즈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콘텐츠에 대한 직접적인 관리가 가능하고, 특히 정보의 깊은 탐색을 원하는 B2B 고객에게 제품 자랑, 회사 자랑을 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이 부분은 외부 보고서와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설명했다.

홈페이지는 한 기업의 얼굴이며 고객과 첫 대면하는 접점

B2B 비즈니스는 상대적으로 긴 구매 의사 결정 단계를 거치나
제한적인 정보 탐색 채널을 갖고 있기에 기업 홈페이지의 중요성은 더더욱 커지고 있음
정보 탐색 채널 기업 신뢰도 향상
업체와의 첫 미팅 전에 의사 결정 단계의 절반(57%)을 지난다고 응답(Accenture, 2018)
>> 미팅 전 정보 탐색과 의사 결정이 수반됨

B2B 고객의 정보 탐색 수단으로 기업의 홈페이지를 가장 많이 활용한다고 응답(Adobe, 2018)
B2B 구매자 설문 응답 결과, 홈페이지 경험 만족도 가 높은 브랜드 제품에 대한 재구매 의향 높음(BCG, 2017)

B2B 홈페이지 첫 인상과 관련된 요소의 94%는 디자인 요소로, 홈페이지의 심미성이 중요한 요인임(Kinesis, 2013)

■ 최신 홈페이지 트렌드를 따라 가야합니다!


이 부분은 향후 홈페이지 개편안에 반영하고 싶은 것들 위주로 적었다. 여러 웹사이트를 참고했는데, 주로 해외 스타트업이나 최근 제작된 사이트를 볼 수 있는 디비컷을 참고했다.

주목성 (Eye-catching) + 단순함(Concise) + 사용성(Easy-to-use)

키워드를 뽑아낼 때 참고한 방법과 각 항목을 높이는 세부 요소에 대해서는 다음 글(홈페이지 기획 시 살펴보면 좋을 요소)을 참고해주세요.

■ 경쟁사들도 모두 개편을 했던데요?


최근 개편한 경쟁사 홈페이지를 위주로 보고…하려고 했는데 실제로 정말 입사 초기부터 홈페이지는 1도 신경쓰지 않았던 경쟁사마저 반응형으로 개편하면서 신나게 보고서에 레퍼런스로 삼았다. 심지어(?) 이 녀석들도 하는데!! 저희도 해야합니다!!!

■ 현재 우리 홈페이지의 문제는 이렇게 해결해가겠습니다.


모든 보고서는 as-is에 대해 설명하고 앞으로 나아갈 to-be를 제시해야한다고 하지 않는가. 현재 홈페이지의 문제점을 조심히, 그러나 조목조목 까는 시간.


앞서 말한 문제점들을 신나게 정리하고, 그러나 너무 까기만 해서도 안되기에 표현에 시간을 많이 들였다. 사이트 로딩 속도를 체크하고, 구조적 문제, 사업부 특화 마케팅이 필요하고, 향후 사업 확장성을 고려해서 전체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개편 배경에 열을 토하고 나선, 상세 개편안과 기대효과, 비용 분석과 같은 액션 아이템 차례였다. 개편 보고를 진행하면서 느낀 건, 적어도 임원급들에겐 실무진이 관심을 가질만한 것 보단 더 큰 그림을 그려서 보여줘야 한다는 점이었다. 제가 이렇게 잘해볼게요! 보다는, 당위성과 명분을 그려서 보여주는 것-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한 첫 걸음 아닐까.

“홈페이지를 만들자 (1) 개편에 앞서”의 2개의 댓글

  1. 고객문의 전화번호를 부장님 자리 내선 번호로 기입하면 한번에 해결됩니다. (전화문의 많이 감)
    사이트 개편하면 더 쉬워요? ㅎㅎㅎㅎ

    1. 저는 당시에 해외 거래 위주 B2B 회사에 다녔어서 일반 고객 전화 문의는 거의 오지 않았지만요….ㅎㅎㅎ 대신에 주주님들 전화가 많이 왔었어요. 무서운 주주님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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