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당신이 여태껏 알던 당신이 아닐 수 있다 – 거울 속의 이방인 (로버트 레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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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성 테스트는 언제나 나를 곤란하게 했다. 아무 구체적인 상황 제시 없이 제시된 질문에 나는 갈팡질팡 길을 잃곤 했고, 질문을 보며 떠오르는 상황에 맞게 응답을 하다보면 어쩐일인지 형편 없는 점수가 나왔다.


나는 무엇으로 규정할 수 있을까? 나라는 사람을 나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로버트 레빈의 거울 속의 이방인은, 내가 항상 궁금해 왔던 이 질문을 뇌과학, 심리학, 철학을 망라하고 파고든다.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폭죽이 터지는 기분이었다. 사람이 얼마나 쉽게 ‘착각’을 하는지 아래 사례를 살펴보자.

 
[교련절개술과 외계인 손 증후군(AHS)]


모두가 알다시피 뇌는 좌뇌와 우뇌, 두 개로 나뉘어져 있다. 이 두 개의 뇌를 연결하는 것은 뇌량이라는 백만 가닥이 넘는 섬유 다발이다. 이 덕분에 한쪽 뇌에서 발생하는 활동은 다른 뇌로 빠르게 소통된다. 그렇다면 이 뇌량을 자르면 어떻게 될까?


여기 한쪽 반구에서 시작한 발작을 다른 반구에까지 퍼지는 걸 막기 위해 ‘교련절개술’, 즉 뇌량을 잘라 두 반구를 신경학적으로 분리한 집단이 있다. 수술은 발작을 막았다는 점에서 매우 성공적이었다. 수술받은 환자 집단 중 기질과 성격, 전반적인 지능에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지금부터다. 환자들을 책상 앞에 앉히고 손을 책상 아래에 넣어 안 보이게 한 뒤 한 손에 연필을 쥐여줬다. 오른손은 언어적인 좌뇌에 신호를 보내고 왼손은 비언어적인 우뇌에 신호를 보내는데, 이것은 오른손으로 얻는 정보는 언어적 묘사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며 왼손으로 얻는 정보는 그렇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실험 결과, 환자들의 오른손에 연필을 쥐여줬을 때는 그것이 ‘연필’이라고 바로 대답했지만 똑같은 연필을 왼손에 쥐여줬을 때는 아무런 답을 하지 못했다.


외계인 손 증후군이란 이런 실험에서 더 나아간 질병이다. 왼손이 비언어적 우뇌의 명령을 받아 좌뇌와 싸움을 하는 증후군을 말한다. 예를 들어 ‘오른손으로는 안경을 쓰고 왼손으로는 안경을 벗는’ 행위를 반복적으로 한다던가 ‘왼손이 갑자기 운전대를 붙잡고 미친 듯이 방향을 돌려댄다’던가. 뇌의 두 반구가 각 각의 정신을 수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화라 상당히 흥미로웠다.


[고유수용성 실험과 신체 스와이핑]


고유수용성 감각이란 내 몸을 감지하는 능력이다. 즉, 내 몸을 내 몸으로 느끼는 것을 말한다. 이것만큼 확실한 것이 있을까 싶지만, 놀랍게도 우리 몸은 아주 쉽게 착각한다고 한다.


‘고무 손 착각’이라는 실험을 살펴보자. 책상 위에 고무장갑으로 만든 가짜 손을 올려놓고 앉는다. 팔과 손이 이어지는 부분은 뭔가로 덮어서 가린다. 이제 진짜 팔을 가짜 손 옆에 나란히 둔다. 그리고 진짜 손과 가짜 손 사이에 가리개를 두어 진짜 손을 가린다. 이제 실험자의 눈에는 고무장갑으로 만든, 가짜 손만 보인다. 이제 실험 도우미가 진짜 손과 가짜 손에 붓으로 자극을 준다. 재밌는 것은 실험참가자의 80%가 15초 이내에 가짜 손으로 감각을 느꼈다고 대답했다. 

불충분한 하드웨어와 취약한 소프트웨어라는 위험한 조합 때문이다….먼저 하드웨어 문제를 보자.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하는 정보는 우리의 감각과 뇌가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을 초과한다. 아주 단순한 상황에서조차 수천 개의 정보가 매 순간 우리의 집중을 얻으려고 경쟁하고 있다. 그 모든 정보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시스템이 붕괴되고 말 것이다…..여기서 소프트웨어 문제가 관여한다. 우리는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단순화라는 것을 배운다. 정보를 거르고 해석하고 왜곡해서 우리가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그림을 만들어 낸다. 고유수용성은 이 지름길을 택하는 감각인데, 원래 지름길은 오류가 많은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지각이 현실과 완전히 뒤틀리는 것이다. 정신의 눈과 실제 눈이 각자 다른 영화를 보는 것과 같다. 가장 간단한 상황, 즉 자기 몸을 인식하려고 할 때도 이런 현상이 생길 수 있다.


신체 스와이핑 실험은 예를 들어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는데 다른 사람의 몸이 보일 때 어떤 반응을 하는지 연구한다. 스와이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발생하는데, 고글을 통해 내 몸에서 뻗어져 나온 타인의 팔을 본 순간부터 그 팔이(실제로는 타인의 팔이지만) 마치 내 팔인 것처럼 느낀다고 한다.


[환상지 실험과 가상 치료]


‘환상지통’이라는 것이 있다. 사지절단술을 받은 환자에게 나타나는 통증인데, 이미 절단된 사지에서 느끼는 통증이다. 이는 뇌가 사지가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비롯된다. 뇌는 계속 ‘움직이라’고 명령을 내리지만, 신체는 움직일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기능 장애는 실제 고통으로 이어진다. 


라마찬드란이란 신경외과 의사는 환상지통을 없애기 위해 가상의 수술 실험을 도입한다. ‘고무 손 착각’ 실험과 비슷한데, 거울이 들어 있는 종이 상자를 통해 환자의 눈에는 한 쌍의 팔을 보게 된다. 환자는 실제 손을 움직이며 마치 환상지도 움직이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시각적으로는 예전의 팔이 돌아왔다는 신호가 들어오는데 팔에서는 근육 피드백이 전혀 없다. 그럴 경우에 뇌는 보는 것을 믿을까, 아니면 느끼는 것을 믿을까?…승자는 시각이었다….시각적 피드백이 그의 뇌를 속여 자신이 지금 주먹을 쥐락펴락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했고, 이 생각은 그의 뇌가 움직이라고 하면 존재하지 않는 손이 싫다고 대답하는 역기능적인 대화의 반복에 개입했다.


[자가국소 실인증과 신체 통합 정체성 장애(BIDD)]


자가국소 실인증은 본인의 몸은 본인의 것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질병이다. 좀 더 극단적인 형태로는 BIDD가 있다. 환자는 자기 몸을 너무 이질적으로 느껴 절단하기를 원한다. 사지를 없애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스스로 절단을 하는 경우도 있다. 머리나 정신 어딘가가 굉장히 고장 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의사, 변호사, 교수 등 직종도 다양하고 전반적 정신질환과 연결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그저 self와 non-self의 충돌이다. 마치 내 침을 항상 삼키고 있지만, 컵에다 침을 모아서 다시 삼키라고 하면 혐오감을 느끼는 것과 동일한 감정이다.

우리가 우리 몸을 구성하는 것을 얼마나 독단적으로 결정하는지, 또한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것과 얼마나 극심하게 거리를 두고 싶어하는지 강조하는 사례들이다. 고유수용성 감각 지도는 ‘도구이자 무기’라고 철학자 토마스 매칭거는 말한다. ” 그것은 전체적인 유기체의 완전성을 지속적으로 보존하고 유지하고 방어하기 위해 점진적으로 발전한 것이며 자기와 비자기 사이에 선을 긋는 것이다.” 우리 몸의 표면은 단순히 국경의 경계가 아니다. 자기와 비자기가 되는 마법 같은 변화가 이뤄지는 장소이기도 한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면, 내가 분개한 인적성 테스트에 대해 책은 이렇게 나를 위로했다. 인간은 복잡한 존재이며, 우리의 신체적인 정체성은 생각보다 더 연약하다고. 그렇기에 우리는 각자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해줘야한다고! 🙂

거울 속의 이방인 책 표지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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