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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삶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When you face the reality, you lose innocence.” 모모를 보면서, 리차드 용재 오닐이 무릎팍도사에 나와서 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현실을 직시하게 되면, 순수함을 잃어버리게 된다. 리차드 용재 오닐이 담담하게 그러나 피곤한 거죽을 못내 숨기지 못하고 뱉은 말처럼 ‘자기 앞의 생’의 주인공- 열 네살 모모는 꾸밈없는 직구로 그의 삶을 보여준다.

그러나 나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생의 엉덩이를 핥아대는 짓을 할 생각은 없다. 생을 미화할 생각, 생을 상대할 생각도 없다. 생과 나는 피차 상관이 없는 사이다.

 
모모는 매춘부의 아들로 태어나 매춘부의 자식들을 보육하며 살아가는, 전직 매춘부 로자와 살아간다. 어떻게 태어나 어떻게 살아갈지 알지 못하는 아이는 방황하며, 자신의 근원을 찾기 위해 애쓴다.  

발길로 엉덩이를 차인다든가 하는 밖으로부터의 폭력은 도망가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안에서 생기는 폭력은 피할 길이 없다. 그럴 때면 나는 무작정 뛰쳐나가 그대로 사라져버리고만 싶어진다.


모모의 인생에 대한 통찰은 자신에 대한 근원을 찾는 질문에서부터 잉태한다. 그래서 그가 말하는 생과 행복에 대한 이야기는 결코 가볍지 않다. 생이란 질문은 너무나 거대하다.

마약 주사를 맞은 녀석들은 모두 행복에 익숙해지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끝장이다. 행복이란 것은 그것이 부족할 때 더 간절해지는 법이니까…행복이란 놈은 요물이며 고약한 것이기 때문에, 그놈에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완전히 희거나 검은 것은 없단다. 흰색은 흔히 그 안에 검은색을 숨기고 있고, 검은색은 흰색을 포함하고 있는 거지.”

끔찍했던 일들도, 일단 입 밖에 내고 나면 별게 아닌 것이 되는 법이다.
생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