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건너뛰기

[리뷰]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이본 쉬나드)

석사 두 번째 학기를 마치고, 아주 오랜만에 달구에게 책 추천을 받았다. 기업가의 이야기인데 서핑이 제목이라니, 다소 의아한 마음으로 책을 구매했다. 책을 읽은 첫 번째 날에 주주가 되고 싶어 파타고니아가 상장이 되어 있나 확인했다(상장안했고, 앞으로도 안할듯싶다). 두 번째 날, 파타고니아 독일 지사에서 사람을 뽑나 확인했다(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공고는 암스테르담에서 나왔다). 세 번째 날, 앞으로 옷은 파타고니아만 입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현재 파타고니아 옷 0개지만).

사실 파타고니아라는 회사를 잘 알지 못했다. 나한테는 또 하나의 아웃도어용 옷을 만드는 회사정도에 그저 옷 값이 꽤나 비싸다 정도 알고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나 단숨에 회사에 매료되어 짝꿍에게 “이거 들어봐봐, 이 회사 정말 멋지지 않니?”라며 책 글귀를 연신 읽어주었다. 그동안 기업 관련 책을 한 두권 읽은 게 아닌데… 왜 가슴이 두근거리고, 벅차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아마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기업가 정신이 이 책에 녹아들어 있어서 아닐까?

■ 파타고니아의 시작

파타고니아의 설립자 이본 쉬나드는 어릴적부터 등산, 암벽 등반, 낚시 등 레저를 즐기는 사람이었다. 암벽 등반에 사용되는 도구 중에 하나인 ‘피톤’을 쓰다가 더 내구성이 좋은 피톤을 직접 만들기에 이른다. 그렇게 ‘쉬나드 이큅먼트’를 설립하여 대장장이와 등반가, 동시에 사업가로서의 삶을 영위하게 된다. 더 강하고, 더 가볍고, 더 기능적인 등반 장비를 입소문을 타게 되고 1970년 미국 최대의 등반 장비 공급업체로 거듭나게 된다.

그러나 그는 사업의 중추였던 프로스트와 피톤 사업이 암벽들을 훼손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피톤을 대체할 수 있는 초크를 개발한다. 환경을 위해 눈 앞의 이익을 포기하는 파타고니아의 정신은 여기서 시작된다. 그렇게 ‘클린 클라이밍’, 즉 지나간 등반가에 의한 바위 변형이 일어나지 않는 클라이밍이 유행하게 된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그는 등산복을 포함한 의류 사업에도 뛰어들게 된다. 처음에는 손으로 만들었으나 높아진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홍콩에 있는 봉제 공장과 계약을 맺고 처참하게 실패한다. 품질이 형편없었기 떄문이다. 의류도 등반 장비처럼 생산하면 되겠지 싶었지만 그 둘은 생산부터 유통까지 너무나 달랐다.

나는 스스로를 사업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등반가였고, 서핑을 하는 사람, 카약을 하는 사람, 스키를 타는 사람, 대장장이였다. 나는 그저 나 자신과 친구들이 원하는 좋은 도구와 기능적인 옷을 만드는 것을 좋아했을 뿐이다…

어느 날, 나는 사업가이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사업가로 남게 될 것이라는 깨달음이 찾아왔다. 이 게임에서 살아남으려면 사업에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는 것이 명백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그는 연구에 거듭하고, 여러 실패를 통해 성장하며 지금의 파타고니아를 만들게 된다. 그리고 기업이 만드는, 사회가 만드는 환경 오염에 대해 눈을 뜨게 된다. 1986년 그는 세전 수익의 10%나 총매출액의 1% 중 큰 액수를 골라 지역의 풀뿌리 환경단체에 기부를 하기로 하고 지금까지도 매년 기부를 이어나가고 있다.

인상깊었던 것은 기업 차원에서 환경 오염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이다. 1984년부터 폐지를 재활용하여 카탈로그를 만들었고, 사무실의 건축/리모델링에 독성이 낮은 재활용 자재를 사용하고, 환경에 피해를 덜 주는 유기농 면으로 전 라인을 바꾸었다(목화밭은 매년 수백만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고 한다). 심지어 사무실 휴지통에 비닐봉지도 없앴다. 직원들은 액체는 별도 통에 버리고, 쓰레기를 재활용한다. 모든 직원은 개인 컵을 사용한다.

독일에서 재활용을 좀 더 철처히하면서 느끼는 바가 많다. 종이는 잘게 찢어 내보내고, 플라스틱에 묻는 음식물 등은 깨끗하게 씻어서 내놓는다. 예전같았으면 경비 아저씨에게 맡길 일이었을 것이다. 이러면 재활용 안돼요, 와 같은 영상을 봐도 막상 내 일이 아니니 대충했던 날들이 스쳐지나간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한 사람 한 사람이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는 문화가 파타고니아 곳곳에 깃들여져 있다니 정말 멋지다. 이렇게 개개인의 수고가 모여 환경이 절약되고, 지구는 좀 더 나아진다.

파타고니아의 철학

우리의 철학은 규칙이 아닌 지침이다. 우리의 철학은 모든 프로젝트에 대한 접근법의 핵심이며, 문서의 형태로 명확히 남아 있기는 하지만 적용 방식이 고정불변인 것은 아니다.

파타고니아는 품질 중심의 회사이다. 이는 대장장이로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이고, 생산자 스스로가 소비자인 까닭이다. 그렇기에 내가 쓰고 싶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파타고니아의 제품 디자인 철학은- 제품을 가능한 오래 지속되도록 만들자이다. 그외에도 생산, 유통, 마케팅, 재무 등 8개의 분야의 철학을 다룬다. 인상깊었던 구절들은 다음과 같다.

기업가적 방법은 일단 한 발을 내딛은 것이다. 만족스러우면 다시 한 발을 더 내딛고 그렇지 않다면 물러선다. 행동을 통해서 배우는 것, 그것이 더 빠른 길이다. (생산 철학 중) —> 파타고니아의 행동가적 마인드가 잘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그로스 해킹의 진수이기도 하다. Fire, Fire, Aim!

나는 파타고니아를 생태계라고 생각한다. 판매사와 고객을 시스템의 필수적인 부분으로 하는 생태계라고 말이다….따라서 모든 사람이 전체 유기체의 건강을 무엇보다 우선해야한다. (생산 철학 중) —> 생태계라고 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여러모로 ‘가족 중심’, ‘커뮤니티 중심’의 회사인게 느껴진다. 2017년 기준 파타고니아 직원수는 1,000명이었다. 이렇게 거대한 회사가 끈끈하게 연결된다는 것이 말로만 들을 땐 잘 다가오지 않을 정도다. 물론 생태계에는 직원뿐만 아니라 고객, 중개상, 협력 업체 등 모두가 포함되어있다. 말그대로 커뮤니티인 셈이다.

파타고니아는 품질을 우선으로 한다. 여기에 타협을 없다!… 물론 정시 배송이나 합리적인 가격을 포기하고 품질을 선택했다는 것이 칭찬받을 일은 아니다. 다른 두 목표를 날려 버리지 말고 세 가지 모두를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품질보다 앞서는 것은 없다….목표를 파악한 후에는 목표에 대해서 잊고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 (생산 철학 중) –> 파타고니아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품질, 타이밍, 가격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 중에 으뜸은 품질이어라. 누군가가 말했다. 우선 순위가 여러 개가 되는 순간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일을 하다보면 모든 게 중요해서 아무것도 못하는 순간들이 찾아오는 데 이 때 명확한 지침이 있다면 숨통이 트일 것 같다.

유료광고인데 역효과 난듯한 와썹맨2 농협편.jpg - 인스티즈(instiz) 인티포털
갑자기 생각나는 와썹맨2 농협편..ㅋㅋ

‘정시’라는 것은 고객이 제품을 원하는 때를 의미한다. (유통 철학 중) –> 이외에도 곳곳에 고객 중심의 사고가 반영되어 있다.

꼭 필요하지 않다면 새로운 건물을 짓지 않는다. 가장 책임감 있는 행동은 기존 건물, 중고 자재, 중고 가구를 사는 것이다. 역사가 있거나 오래된 건물을 허물지 않는다. 모든 구조 변화는 건물의 역사적 진실성을 존중하는 선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유통 철학 중) –> 파타고니아의 소매 전략에 들어 있는 부분이다. 양양 파타고니아점에 방문해본 사람이라면 이 글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생생하게 그려질 것이다.

우리의 메시지가 온전히 전달되도록 하는 방법은 중개상들과 동반자 관계를 맺는 것이다… 쉬나드 이큅먼트는 1974년 중개상들에 대한 자격 기준을 두 가지 마련했다. 연 매출이 최소 1000달러가 되고 현장 직원 중 최소한 한 명의 등반가가 있을 것. 우리는 무엇을 판매하는지 알고 있었다. (유통 철학 중) –> 최소한 한 명의 등반가가 있을 것. 고객의 눈을 통해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가 고객이 되어야 한다.

브랜딩, 즉 기업 이미지를 부여하기 위해 우리가 하는 일은 간단하다. 사람들에게 우리가 누구인지 이야기하는 것이다… 가짜 캠페인을 만들 필요가 없다. 픽션을 만들어 내는 것은 논픽션을 쓰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파타고니아의 이미지는 우리의 가치관, 야외 스포츠에 대한 열의, 창립자와 직원의 열정에서 비롯된다. (마케팅 철학) –>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찐덕후는 더더욱 이길 수가 없다.

우리는 창백한 백패커가 가을 주말에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걷고 있는 사진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것은 너무 안전하다. 우리는 강풍이 부는 산 정상에 깃발을 꼽는 등반가를 보여 주지 않는다. 그것은 너무나 정복적이다. (마케팅 철학) –> 인상적이다. 이렇게 명확하게 브랜드를 정의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예전 회사에서 사장님이 지시해서 카탈로그 표지를 눈보라가 치는 설원을 배경으로 한 적이 있다. 그 제품은 영하의 온도에서 제대로 동작하지 않기에 연구소에서도, 영업에서도 반대하였으나… ㅎㅎ 또르르.

우리의 이야기는 일반 대중으로 인식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가 고객으로 대우받고 싶은 방식으로 고객을 대한다. 자신이 하는 활동에 열정을 갖고 몰두하는 똑똑하고 믿을 수 있는 개인으로 말이다. (마케팅 철학) –> TPO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

환경 철학은 보면서 몰랐던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다. 파타고니아는 농작물 재배할 때 일어나는 어마무시한 환경 오염을 줄여보기 위해 식품 사업에도 뛰어들었다고 한다. 그들의 행보를 응원하며, 나 역시도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한 환경 보호에 동참하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지구가 목적, 사업은 수단”이라고 말하는 파타고니아의 철학을 속속들이 알 수 있어서 참 즐거운 시간이었다. 여느 책과는 너무나 달라서 특별했던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의 리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