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문화대혁명을 통해 본 중국의 어제와 오늘 –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간다 (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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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에 대한 나의 첫 기억은 대학교 신입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침 내가 중국어에 푹 빠져 있었을 때여서 쉽게 교환학생으로 온 중국인들과 친해졌다. 그들은 대학교 3학년, 4학년 재학생으로, 중국 정부의 장학생으로 뽑혀올만큼 명석하고(나보다 정신적으로 성숙했음은 물론이고), 왠지모를 부내가 있었다. 한 번씩 기숙사에서 중국 음식을 만들면 나를 꼭 초대해서 나눠주기도 하고, 따거( 大哥 )의 느낌이랄까.

대륙의 호방함, 여유, 부… 나는 내가 만난 중국인들과의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이라는 이미지를 그려나갔다. 대학 동기들과 처음으로 중국 상하이로 여행을 갔을 때도 좋은 기억은 이어졌는데, 생각보다 거리가 너무 깨끗하고, 도시의 건물이 으리으리해서 압도당했던 탓이다. 항저우의 작은 도시에 갔을 때도, 내 어눌한 중국어를 굉장히 귀여워하며 친절하게 말 걸어주던 중국인들이 먼저 기억났다.

물론 좋은 기억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뉴스로 접하는 중국은 대개 기괴했다. 어마어마한 돈을 자랑하는 왕홍들, 음식에 먹으면 안되는 것을 넣었다는 논란, 누가 쓰러져도 도와주지 않는 길 거리 시민들, 최근 홍콩의 시위 등… 드라마나 소설에나 나올 법한 일이 벌어지는 중국이었고, 나는 의례 이런 것들은 중국만의 특수한 환경-13억의 인구, 아시아 최대 면적의 국가, 개방경제를 택한 공산주의, 다양한 소수민족-때문에 발생한다고 생각했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중국에 대한 새로운 지식이나 시각을 제공하기보다는 왜곡된 편견과 과장된 인식을 걷어내는 역할을 해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 옮긴이 김태성

책의 맨 뒤, 옮긴이가 적어놓은 말처럼 위화의 책,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간다 (위화, 열 개의 단어로 중국을 말하다)는 겉에서 보기엔 이해하기 어려운 중국의 속속들이 사정을 10개의 단어로 설명한다. 나의 경우, 중국의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 관련 지식이 부끄러울 정도로 없어서, 책을 읽다가 덮고 인터넷과 유투브로 공부를 하며 읽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내가 막연히 갖고 있던 중국에 대한 편견을 한꺼풀 벗겨냈다.

문화대혁명과 중국

책은 중국을 잘 나타내는 10개의 단어와 관련된 저자 위화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10개의 단어- 인민, 영수, 독서, 글쓰기, 루쉰, 차이, 혁명, 풀뿌리, 산채, 홀유-는, 딱 단어만 봐서는 무슨 뜻인지도 감이 잘 오지 않는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문화대혁명 시기의 중국’을 자세히 설명한다.

문화대혁명이란, 1966년부터 1976년까지 약 10년 동안, 마오쩌둥 하에 일어난 운동이다. 문화대혁명이 내세운 표제는 ‘더 나은 공산주의를 이룩하기 위해 정치, 사회, 경제 전 분야를 개혁하자’는 것이었지만, 실상은 잠시 권력의 뒤로 물러나있던 마오쩌둥이 벌인 정치 운동인 셈이다. 중국 전역에서 홍위병(10대 학생들로 이뤄진 조직)이 수백만 명에 달하는 평범한 사람들을 ‘반혁분자’로 몰아 폭력으로 몰아세운 가슴 아픈 사건이다. 인권유린과 함께 각종 문화 유적의 파괴도 앞다투어 이뤄졌다.

책에는 문화대혁명 당시 어떤 사유로 ‘자기비판’을 하고, 사람들 앞에서 모욕을 당하는지 일화가 나온다. ‘자기비판’이란 위의 사진처럼 목에 자신이 잘못한 행위를 적고 거리의 사람들한테 질타를 받는 행위다. 곳곳에 걸린 대자보와 함께 일상적이었던 조롱과 폭력은 단어 하나, 말 실수 하나만으로도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였다.

사실 그런 시대에는 한 개인의 운명을 결코 자기 것이라고 할 수 없었다. 모든 사람이 정치 상황의 파도에 따라 흔들렸고 자기 앞길에 행운이 기다리고 있는지 불행이 기다리고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124쪽)

인민, 영수, 독서, 글쓰기, 루신으로 만나는 문화대혁명 시기의 중국

책의 전반부에 나오는 단어인 인민, 영수, 독서, 글쓰기, 루쉰은 문화대혁명 당시의 중국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당시는 사회주의 경제 하에 도시에서 직장을 가진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하던 같은 월급을 받고, 배급을 받았다. 저자의 첫 직업은, ‘치과의사’였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의사가 아니다. 따로 공부해서 얻은 직업이 아니고, 정부에서 주어진 직업인데다가 막무가내로 처음부터 사람 치아를 뽑으면서 경험치를 쌓아가는 것이다. 이 무슨 말도 안되는 일인가 싶다. 하다못해 게임 캐릭터도 처음에는 허수아비를 때려서 레벨업을 하는 마당에 말이다…!

문화대혁명은 문학이 없는 시대였다. 단지 국어 교과서에만 한 줄기 미미한 문학의 숨결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사용했던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의 교과서에는 단 두 사람의 문학작품만 수록되어 있었다. 루쉰의 소설과 산문 및 잡문, 그리고 마오쩌둥의 시사였다. 나는 초등학교 1학년 때 너무나 순진하게도 전 세계를 통틀어 작가는 루쉰 하나뿐이고 시인은 마오쩌둥 하나뿐이라고 믿었다. (165쪽)

어린 위화가 읽는 것은 마오쩌둥 선집과 루쉰이라는, 마오쩌둥이 높이 평가한 중국의 작가가 쓴 책이 전부다. 상상할 수 없는 환경이다. 그가 어린 시절 쓴 글은 대자보로, 마오쩌둥을 찬양하거나 부르주아층을 비판하는 내용이 전부다. 선생님, 부모님을 비판하고, 그들을 조롱하는 것이 당연하던 시기라니, 우리 입장에서는 쉽사리 상상하기도 어렵다.

차이, 풀뿌리, 산채, 홀유로 만나는 문화대혁명 이후의 중국

이 책은 2010년에 나왔다. 놀라운 것은 문화대혁명도 이 책이 나온 시점으로부터 불과 30~40년 전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동안 중국은 개방개혁으로 아주 빠르게 성장했고, 지금 오늘날 우리가 아는 강대한 대국, 중국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그 놀라운 성장의 그늘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문제점도 많다. 저자는 오늘의 중국의 모습을 설명하며 문화대혁명을 이야기 한다. 지금의 중국은 문화대혁명때 억눌려 있던 것에 대한 반발이고, 이 두 시대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극단적으로 억압된 시대는 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반드시 극단적으로 방종하는 시대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그네를 타는 것처럼 한쪽 끝이 높이 올라가면 반대쪽 끝도 높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194쪽)

오늘날 중국의 문제는 다음의 단어로 요약된다. 차이, 풀뿌리, 산채, 홀유.

차이는 문화대혁명 시기에는 사상의 차이를 말했다면, 오늘날의 중국에서는 빈부격차, 지역격차, 분배격차 등 메우지 못하는 무수한 차이를 이야기한다.

풀뿌리는 중국이 경제발전 과정을 겪을 때 개개인이 이뤄낸 성과와 과오를 이야기하며 나온다. 중국의 풀뿌리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폭발적으로 상승했다가 또 다시 폭발적으로 추락한다. 사회안전망이 없는 그 위태위태한 사회,경제적 위기가 중국을 메우고 있다.

산채는 모방을 말한다. 짝퉁 제조, 해적판 등 불법의 온상은 ‘산채’라는 단어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홀유는 산채와 비슷하다. 허풍, 선동, 사기, 해학, 조롱이 모두 한 단어에 담겨있다. 이 두 단어는 위법 행위 아래에서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져서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킨다.

오늘날 중국의 매스컴에는 도처에 이와 유사한 가짜 뉴스가 등장한다. 이런 가짜 뉴스에 대해 법률적 책임을 묻는 사람들이 거의 없기 떄문이다. 이런 가짜 뉴스를 공공연하게 배포하는 것은 사기행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이를 홀유로 간주해버린다. 이런 사건 속의 홀유는 사기뿐만 아니라 과대선전이라는 뜻, 또 오락이라는 뜻도 갖고 있다. 때문에 이런 사건을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 것이다. (330쪽)

홀유라는 단어는 빠른 속도로 전국을 풍미하면서 산채와 마찬가지로 오늘날 중국 사회의 윤리 및 도덕성 결핍과 가치관의 혼란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는 중국 사회가 최근 30년 동안 지속해온 단편적 발전의 후유증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홀유 현상이 사회의 각 분야에 광법위하게 퍼진 정도는 산채 현상을 크게 능가한다. 이처럼 홀유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진지하지 못한 사회, 또는 원칙이 중시되지 않는 사회에 살고 있음을 의미한다. (344쪽)

책을 읽으면서 중국의 두 얼굴을 함께 봤다. 문화대혁명 전,후로 이어지는 중국의 역사를 함께 걸어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린 위화가 겪은 중국과 지금의 중국의 모습에 대해 더 궁금하다면, 중국을 좀 더 이해해보고 싶다면 이 책을 꼭 한 번쯤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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